탄핵심판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최고 권력의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비상 헌법 절차다. 따라서 그 어떤 재판보다 '신속성'이 생명이다. 하지만 실무 현장에서는 이 신속성이 어이없는 암초에 부딪혀 좌초되는 경우가 잦다. 바로 탄핵 사유를 입증할 결정적 타격이 되는 '형사사건 기록'이 검찰이나 법원으로부터 제때 도착하지 않는 현상이다. 이 글에서는 다른 국가기관의 비협조로 인해 헌법재판이 마비되는 실태를 짚어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직권 조사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1. 무력한 송부 촉탁과 절차적 공백의 위험성
헌법재판소법 제32조는 재판부가 심판에 필요한 기록 송부를 다른 기관에 요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이는 철저히 상대방의 '자발적 협조'에 기대는 구조다.
탄핵 사건의 피청구인은 대개 중대한 직무상 범죄 혐의를 동시에 받고 있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나 법원의 형사재판이 병행된다. 이때 헌법재판소가 핵심 증거인 수사 기록의 인증등본을 보내달라고 촉탁하면, 수사기관은 '수사 기밀 유출'을, 법원은 '재판의 독립성 및 원본 대조의 어려움'을 이유로 송부를 미루거나 아예 거부하는 일이 발생한다. 강제 구인이나 압수수색 권한이 없는 헌법재판소로서는 기록이 올 때까지 변론 기일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곁가지에 불과한 간접 증거만으로 심리를 이어가야 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결국 피청구인에게 시간 끌기라는 방어권 남용의 빌미를 주어 사법 정의를 지연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2. 수동적 대기를 넘어서: 장소 현장 서증조사의 단행
기록이 오지 않는다면, 재판부가 기록이 있는 곳으로 직접 가야 한다. 실무상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돌파구는 '장소 현장 서증조사'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송부 촉탁은 우편이나 전자로 문서를 받아보는 간접적인 방식이다. 반면 서증조사는 헌법재판관이나 소속 공무원이 해당 검찰청의 증거보관실이나 법원의 기록열람실에 직접 방문하여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기록 원본을 눈으로 확인하고, 탄핵 심리에 반드시 필요한 진술조서나 압수물 목록만을 발췌하여 증거로 채택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능동적인 현장 조사는 상대 기관이 임의로 불리한 증거를 누락하거나 유리한 증거만 선별하여 보내는 '증거의 취사선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비록 법원을 오가며 문서를 복사하고 분류하는 막대한 행정력이 소모되지만, 재판의 지연을 막고 실체적 진실을 재판부의 통제 아래 둔다는 점에서 포기할 수 없는 강력한 증거조사 수단이다.
3. 심리 촉진의 핵심 기제: 수명재판관 제도의 전략적 운용
방대한 형사 기록을 현장에서 조사하기 위해 9명의 헌법재판관 전원이 움직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때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수명재판관(受命裁判官)' 제도다.
수명재판관이란 재판부의 명을 받아 특정한 소송 행위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재판관을 뜻한다. 헌법재판소는 본격적인 구두 변론이 열리기 전인 '심판준비절차' 단계에서 특정 재판관을 수명재판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 수명재판관이 현장 서증조사를 지휘하고 당사자들을 불러 모아 어떤 증거를 채택할지 미리 교통정리를 끝내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면, 본안 심리에서는 이미 검증을 마친 알짜배기 증거들만을 가지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칠 수 있다. 즉, 타 기관의 기록 송부 지연이 초래할 수 있는 심리 지연 리스크를 수명재판관의 기동력과 집중력으로 상쇄시키는 것이다.
입법적 과제 및 시사점
장소 현장 서증조사나 수명재판관의 파견은 어디까지나 헌법재판소의 고육지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헌법 수호라는 중차대한 심판을 앞두고도 다른 국가기관들이 부처 이기주의나 행정 편의주의에 빠져 협력을 등한시할 수 있는 현행법의 허술함에 있다.
탄핵심판의 시의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헌법재판소의 기록 송부 요구에 불응하거나 지연시키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제재(과태료 부과 또는 징계 요구 등)를 가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가 권력의 향방을 가르는 심판대 위에서, 증거가 늦게 도착하여 정의가 지연되는 일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법률 정보 면책 문구: 본 칼럼은 헌법재판소법 및 헌법재판 실무 연구 자료를 토대로 국가기관 간의 증거 송부 지연 문제와 그 대응 방안을 학술적으로 분석한 글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실제 심리 절차나 증거 채택 방식은 사건의 특수성과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본 정보는 구체적 사안에 대한 공식적인 법률 해석이나 자문이 아니며, 참고 목적으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최종 업데이트: 2026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