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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과 전문증거법칙 : 형사소송법 준용의 한계와 증거능력 판단 기준

by 리걸 인사이터 2026. 2. 15.

재판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어떤 증거를 통해 진실을 밝힐 것인가' 하는 절차적 정당성이다. 특히 고위 공직자의 파면을 다루는 탄핵심판에서는 증거의 자격, 즉 '증거능력'을 두고 첨예한 법리적 대립이 발생한다. 이 글에서는 탄핵심판 실무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전문증거법칙(Hearsay Rule)'의 개념을 짚어보고, 헌법재판소가 형사소송법의 원칙을 어디까지 준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와 그 해결 방향을 알아보겠다.

1. 전문증거법칙의 본질과 도입 취지

전문증거(傳聞證據)란, 법정 안에서 직접 경험을 진술하는 것이 아니라, 법정 밖에서 타인이 말하거나 작성한 서류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형태의 증거를 말한다. 쉽게 말해 '건너서 들은 말'이나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이러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법정에 직접 나온 증인에게는 "그게 정말 사실입니까?"라고 따져 물을 기회가 있지만, 서류로 제출된 진술이나 남의 말을 전하는 증언은 그 진실성을 현장에서 검증하기 어렵다. 따라서 오판의 위험을 막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호하기 위해, 법률이 정한 엄격한 예외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한 전문증거는 재판의 근거로 쓰일 수 없도록 막아둔 것이다.

2. 형사소송법 준용이 낳은 탄핵심판의 딜레마

문제는 헌법재판소법 제40조가 탄핵심판 절차에 관하여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면서 발생한다.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은 그 근본적인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탄핵심판은 피청구인을 교도소에 보내는 형사 처벌이 아니라, 헌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공직에서 배제하는 파면 절차다. 만약 형사재판처럼 전문증거법칙을 매우 엄격하게 들이댈 경우,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작성된 수만 페이지의 진술조서나 참고인 진술의 증거능력이 통째로 부정될 위험이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수백 명에 달하는 관련자들을 헌법재판소 법정으로 일일이 다시 불러내어 직접 증언하게 해야 하는데, 이는 재판을 무한정 지연시켜 '신속한 국정 안정'이라는 탄핵심판의 중대한 공익을 해치게 된다.

 

반대로 재판의 신속성만을 강조하여 전문증거법칙을 지나치게 완화한다면, 피청구인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 서류가 쏟아지는데도 이를 반박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이는 적법절차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헌법재판소 판결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양날의 검이 된다.

3. 탄핵심판 고유의 증거능력 판단 기준 모색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탄핵심판의 특수성을 반영한 독자적인 증거 채택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합의에 의한 증거 채택 활성화: 본안 심리에 들어가기 전 '심판준비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양 당사자가 동의하는 서류나 진술에 대해서는 전문증거법칙의 예외를 폭넓게 인정하고 신속히 증거로 채택하는 실무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 객관적 기록에 대한 완화 적용: 개인의 주관적 진술이 담긴 조서에 대해서는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되, 조작의 우려가 없는 객관적인 국가 기록물이나 법원의 공판 조서 등은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규칙을 정비해야 한다.
  • 증명력의 문제로 전환: 증거로 쓸 수 있는 자격(증거능력) 자체를 원천 봉쇄하기보다는, 일단 법정에 현출시킨 뒤 헌법재판관들의 합의 과정을 통해 해당 증거의 가치(증명력)를 엄격히 따져보는 방식이 탄핵심판의 성격에 부합할 수 있다.

요약 및 시사점

탄핵심판에서 전문증거법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단순히 법 기술적인 쟁점이 아니라 피청구인의 기본권 보장과 국가의 헌법 질서 수호라는 두 가지 중대한 가치가 충돌하는 현장이다.

 

형사소송법을 기계적으로 준용하는 현재의 불확실한 상태를 방치한다면, 향후 제기될 탄핵 사건에서도 소모적인 증거 채택 논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는 입법적 보완과 심판규칙 개정을 통해 탄핵심판의 본질에 부합하는 정교하고 합리적인 증거법 체계를 조속히 확립해야 할 것이다.

※ 주의사항 및 면책 문구: 본 포스트는 형사소송법상의 증거법칙과 헌법재판의 실무적 쟁점을 다룬 학술적 성격의 법리 분석 글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실제 심리 과정에서는 재판부의 재량과 사건의 구체적 성격에 따라 형사소송법의 준용 범위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본 정보는 공식적인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으며, 이를 근거로 한 법적 분쟁에 대해 작성자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